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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에 빠진 공사비] (1) 뛰는 공사비, 기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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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3회 작성일 25-10-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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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과 비교해 30% 넘게 폭등
산정기준, 물가ㆍ기후ㆍ안전費 외면
시공사 손실ㆍ설계 변경 등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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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재현 기자]건설현장의 실제 비용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데, 비용 산정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재값과 인건비가 치솟았고, 기후 변화와 안전비용까지 늘었지만, 비용을 계상하고, 보전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그대로여서다. 공장처럼 균일한 생산환경이 아닌 건설업은 원래 변수가 많은 산업이지만, 지금은 변수가 상수가 됐다.

14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1년 이상 130을 웃돌고 있다. 지난 2020년 대비 공사비가 30% 이상 오르고선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파고가 지나가도 시멘트ㆍ레미콘ㆍ철근 단가는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고, 인건비 구조는 상향 경직성을 굳혔다. 폭염ㆍ폭우ㆍ한파 등 극한기후는 잇단 공정 중단을 초래했고, 연이은 중대재해는 안전 설비ㆍ장비ㆍ인력 투입을 늘리게 했다.

여기서 문제는 현실과 제도 사이 간극이다. 공사비는 치솟는데, 공사비 산정 기준은 여전히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제도권 안에 들어와 있는 공사비 보전 장치도 현장에선 체감하기 힘들다. 물가특례, 총사업비 조정과 같은 장치를 만들었지만, 정작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입찰제도는 여전히 ‘저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가 수주→공사비 부족→설계변경’의 악순환이 고착화된지 오래다.

그 결말은 결국 분쟁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늘어난 공사기간에 대해 누가 책임질지, 안전투자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물가변동 기준시점과 반영폭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두고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공기 지연은 금융비용을 키우고, 하도급ㆍ자재대금 결제 지연은 연쇄 리스크로 번진다. 적자를 떠안은 건설사는 손실을 메우려 추가 공사와 설계 변경에 매달리고, 발주자는 예산ㆍ감사ㆍ책임의 벽 앞에서 문턱을 높인다.

이제 적자 구조를 뒤집는 해법이 필요하다. 정부도 건설안전 특별법 발의에 맞춰 공사비와 공기의 적정성 심의기준 마련에 나섰다. 현실 공사비를 신속ㆍ투명하게 반영하는 산정ㆍ보전 체계, 기후ㆍ안전 리스크를 계약 단계에서 비용에 반영하는 제도, 분쟁을 사전에 억제하는 위험공유형 계약과 성과기반 발주가 결합해야 한다. 뛰는 공사비를 제도가 따라잡을 때 비로소 현장은 예측 가능한 손익 구조에서 작동할 수 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공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며 “공기 산정 고도화 측면에서 이런 요인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현 기자 ljh@〈ⓒ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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