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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형 종심제에서 동가투찰 785개사 속출…'1원' 단위 줄세우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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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09-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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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 줄세우기’…균형가격 주변에 785개 동가
균형가격 근사치 유인 커지며 정보교환 일상화
견적 프로그램 매개 ‘유사 담합’ 의혹 확산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최근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방식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투찰하는 건설사들이 속출하며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 개 입찰에서 동가투찰 업체만 785개사가 나오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균형가격 앞뒤 1원 단위로 9∼15개사씩 동가투찰이 나오며 사실상 간이형 종심제의 취지가 무너졌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국군재정관리단이 발주한 추정가격 103억 원 규모 ‘25-A-00부대 시설공사(1268)’에서 총 1327개 입찰사 중 785개사가 동일 금액으로 투찰, 무려 59.1%가 동가투찰로 집계됐다. 균형가격(94억6880만3761원) 인근에 1원 단위로 9~15개사씩 군집하며 사실상 가격 변별력이 붕괴됐다. 균형가격을 정확히 맞춘 업체만 13개사, 균형가격보다 1원을 더 쓴 업체는 15개사에 달했다. 상ㆍ하위 20%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불과 108원 폭 안에 몰리며 ‘1원 단위 줄세우기’가 현실화된 셈이다.

업계는 종심제 제도 설계의 왜곡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짚었다.

공공업무 경력 30년의 한 중견사 관계자는 “낙찰자 결정이 균형가격 근사치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니 업체 간 정보 교환이 보편화됐다”며 “과거 소수 브로커 중심이던 관행이 다수 업체로 번지며 균형가격 ‘군(群)’이 형성, 변별력이 상실됐다”고 했다. ‘가격+역량’의 가치낙찰을 지향한 간이형 종심제의 취지가 현장에서 뒤집혔다는 지적이다.

그 외‘견적서 작성 프로그램’을 매개로 한 유사 담합성 행태도 눈에 띄었다.

사용률이 높은 특정 프로그램을 고리로 일부 입찰 브로커가 내역서를 광범위하게 유포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이 의도한 가격대에 업체를 유인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견적 역량이 부족한 영세사를 돕는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가격 군집을 만들어 특정 업체에 유리한 판을 짜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견적 프로그램 제조사도 이상 징후를 인지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최근 동가투찰ㆍ동일내역서 이슈로 제도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사용자 행태를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이번 건에서는 실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중견사 2곳이 내역서를 작성ㆍ다운로드한 사실이 확인돼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제조사는 관련 담당자 면담과 자료 확인 후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간이형 종심제 관련 해당 건설사의 임대형 사용 제한 등 조치를 예고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규정의 빈틈을 손보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역서 작성자와 투찰 주체가 달라도 입찰이 유효하고, 기초정보가 일부 상이해도 무효 처리되지 않는 탓에 비대해진‘견적 대행’ 시장을 손 볼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가격 형성과정에 대행사가 영향력을 행사할 소지가 커 유사 담합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낙찰 대가로 과도한 수수료가 요구되면서 시공에 투입돼야 할 비용이 외부로 유출되는 부작용도 누적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이번 사태는 특정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 설계, 시장 관행, 디지털 도구가 맞물린 ‘시스템 리스크’의 신호”라며 “중소사의 견적 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브로커 의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발주기관, 업계가 공동으로 견적 교육 및 컨설팅을 체계화해 ‘선의의 경쟁’이 작동하도록 제도 설계를 다시 짤 때”라고 강조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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