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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울린 담합조사] 공정위 조사는 끝났지만…‘종심제’ 의문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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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07-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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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처벌 규정도 없어 흐지부지
업계 "정상영업활동까지 담합 몰아"
허점 드러난 종심제 개선 목소리도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건설공사 입찰담합 조사의 발단은 ‘고양창릉 S-6BL 아파트 건설공사 3공구’의 동가입찰 사건이다.

작년 9월 조달청이 심사한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방식의 이 공사에서 동일 견적에 따른 동가 입찰로 인해 무효사 두 군데가 나오며 종합심사 1순위 업체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당시 입찰에서는 동일 내역서를 작성한 2개 건설사는 모두 한 사람에게 견적 및 입찰을 맡기고 있는데, 이 사람이 바로 LH 종심제에서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입찰 브로커 A씨다. A씨가 맡은 업체는 확인된 것만 4개사인데, 이 중 2개사가 작년 LH 공공주택 입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사업을 연이어 수주한 바 있다.

A씨는 2∼3명의 입찰 브로커와 한 조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각자 5∼7개사의 대리 견적 업무를 맡다 보니 이들이 입을 맞추면 종심제 균형가격도 흔들 수 있다.

2016년 도입된 종심제는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투찰금액 평균인 ‘균형가격’에 가장 근접한 금액을 써내는 건설사에 최고점을 부여한다. 저가 경쟁을 억제하고 기술과 가격의 균형을 유도하고자 도입됐지만, 사실상 타사의 견적 금액 정보를 최대한 많이 입수해 평균 가격에 가장 근접한 금액을 도출하는 업체가 수주하는 구조다. 기술형입찰에 버금가는 사전 영업 활동을 요구하는 셈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균형가격’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설사가 많았다”라며, “각사 적정이윤에 상관없이 다른 건설사가 써낸 투찰금액을 최대한 많이 알아내야만 낙찰 가능성이 커지는 제도인데, 당연히 견적 및 업무 담당자끼리 인맥을 통해 ‘이번에 너희 회사는 얼마를 쓰냐’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는 제도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종심제의 취약점을 악용해 입찰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다님에도 마땅히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공정위 역시 입찰 대리인과 입찰 브로커 사이의 명확한 기준점을 잡지 못하며 3차 조사까지만 진행한 후, 흐지부지 사건 종결 절차를 밟고 있다.

중견사 임원은 “조사를 받으며 공정위의 종심제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다는 인상을 받았다”라며, “입찰 브로커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 하다 보니, 건설사들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까지 입찰 담합으로 몰고 가다 헛발질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업체 임원은 “건설경기 침체기에 무리한 공정위 조사에 대비하려다 막대한 변호사 선임 비용만 허공에 날렸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 조사가 무위로 돌아가더라도, 종심제 제도 개선이란 숙제는 남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태를 지켜본 한 발주기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입찰 브로커 사태를 통해 종심제는 이미 제도에 큰 허점이 드러난 만큼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나서야 할 단계”라며, “견적 능력도 없는 업체가 단지 1등급이란 이유로 수천억원 규모 사업을 수주, 수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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