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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플레이션 시대] 뉴노멀 된 공사비 폭등... “원가 패러다임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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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4-10-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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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에 수요 감소에도
레미콘 등 자잿값 상승세 지속
원자재 공급망 경색 심화 이후
‘수요침체→가격하락’공식 깨져
“건설고물가 시대 대비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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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팬데믹 시점 폭등했던 건설 자재가격이 경기 침체가 심화된 현재에도 상승세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폭등 후에는 수요 침체에 의한 시장가격 급락이 뒤따라 주기적 사이클에 맞춰 0%대 상승률에 수렴했던 전통 공식이 깨진 것이다. 상시화된 ‘컨플레이션(con-flation)’ 시대에 발맞춘 공사원가 산정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달청은 올 하반기 조달청 시설자재가격이 상반기 대비 평균 1.51% 상승했다고 16일 밝혔다. 상반기 2.13% 인상에 이어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조달청 시설자재가격은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사용 빈도가 높은 품목을 대상으로 연 2회 조사해 조달청에서 발주하는 시설공사의 원가계산에 적용한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건설경기실사지수(CBSI)가 83.5로 기준선 100을 한참 밑돌 정도로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시설자재가격 상승세가 팬데믹 이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달청이 시설자재가격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5년 동안의 상승률 추이를 보면,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20년에는 상반기 상승률이 0.05%, 하반기 상승률은 -0.15%였다. 오른 폭 이상으로 하락하며 0%대에 수렴하는 전통적인 양상을 보였다.

공식이 깨진 것은 2021년부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원자재 공급망 경색이 심화된 2021년 상반기 상승률은 4.03%, 하반기는 7.12%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상반기 4.35%, 하반기 10.27%가 올랐다. 2년 동안 25.77%가 급등한 셈이다.

문제는 2023년부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며 건설경기가 침체되자 건설자재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수요가 줄면 시장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최근 30년간의 추세였다.

하지만 2023년에도 상반기 상승률은 2.28%, 하반기는 -0.11%를 기록했다. 기존의 상승분을 감안하면 ‘하락’으로 분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가 심화된 올해는 하락세도 없이 상ㆍ하반기 모두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완 조달청 공사원가기준과장은 “시장의 수요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던 전통적 공식이 깨진 특이점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인건비 상승분까지 더해지면,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공사비 상승분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달청의 통계는 다른 기관의 산업 통계와도 비슷한 궤를 그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1년 111.48, 2022년 123.81, 지난해 127.90, 올해 7월 129.96으로 4년여간 30%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2020~2023년 공사비 상승기여분 중 자재비가 53.0%를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자재가격의 상시화된 인플레이션은 공사비 폭등의 주범인 셈이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실장은 “건설물가 상승 속도가 최근 14년 사이 가장 빠른 상황으로, 전체 생산자 물가보다 2배 높아 적자 공사가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레미콘과 같은 주요 자재 가격이 수요 축소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高)건설물가 시대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에 대한 산업계 전반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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