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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라운지] 품질관리와 원가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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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5-10-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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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와 원가절감은 서로 어느 정도 상충하는 개념이다. 물론 원가를 절감하면서도 품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각종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기술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품질을 한 단계 높이고, 동시에 가격까지 인하하여 시장에 공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자재들을 적절히 찾아 현장에 적용한다면 원가절감과 품질 향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한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원가절감을 강조하다 보면, 결국 품질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잘 알다시피 외형상 동일해 보이는 건축자재라 하더라도, 실제 품질 수준에 따라 자재 단가가 크게 차이 난다는 사실은 이미 업계의 상식이다. 방화문, 단열재 등 대부분의 건축자재는 일반인 눈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가격 차이가 곧 품질 차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원가 절감을 지나치게 우선시한 결과, 전반적으로 품질이 낮은 자재를 다수 사용한 건축물이 하자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아무리 국내 최고 수준의 로펌이나 기술지원업체를 선임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한계는 피할 수 없다. 감정 과정이나 소송 과정에서 일부 기술적ㆍ법적 대응으로 판결금을 일정 부분 감액시킬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판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하자 소송에서 판결금이 과도하게 높게 산정되었거나 특정 공종에 집중되었다면, 내부적으로 시공팀이나 법무팀을 탓하기 전에 입찰 안내서, 하도급 계약서 등을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지나친 원가절감이 스스로 문제를 키운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자소송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는 미시공, 변경시공 항목의 상당 부분이 지나친 원가절감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공사나 시행사들이 2026년 분양을 목표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시공 단가 상승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이므로, 이 시점에서는 원가 절감보다 품질 확보에 무게를 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실행 예산을 절감했다고 해서 현장 관리 직원들에게 표창을 수여하는 관행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절감 성과보다 장기적인 품질과 신뢰가 훨씬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 현장에서의 원가절감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진정한 경쟁력은 단기적 절감보다 장기적 품질과 신뢰에서 나오며, 이를 놓친다면 결국 더 큰 비용과 리스크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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