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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라운지] 계약당사자의 협의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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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31회 작성일 24-06-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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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도급인 A와 수급인 B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도급계약서에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당사자가 협의하여 공사대금을 조정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이후 공사 도중 약정된 사유가 발생하여 A와 B는 공사대금 증액에 관하여 협의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A는 공사대금 조정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공사대금 증액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B는 공사대금을 증액받을 수 없나요?

A: 계약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조건이 성취되거나 기한이 도래하면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그 대가의 액수나 요율 등은 그때 협의하여 정한다고 약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약정은 보통 계약체결 시와 대가지급 시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어 계약체결 시에는 적정한 대가를 예상하기 어려운 경우에 체결됩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약정의 문언만 놓고 보면 마치 협의, 즉 당사자의 의사합치가 대가지급의 요건인 것처럼 해석되어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채무자, 즉 대가를 지급하는 당사자는 합의를 거부하기만 하면 대가지급을 면하게 되므로 합의에 응할 이유가 없게 됩니다. 이 경우 채무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 대가지급 여부가 결정되므로 채권자가 예상할 수 없었던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용역계약에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상호협의하여 수수료를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사안에서 ‘수수료율 조정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수수료율 조정을 위한 협의 결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원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변경ㆍ적용할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8다44368 판결).

또한 대법원은 ‘임대인이 임대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할 때마다 물가상승 등 경제사정의 변경을 이유로 임차인과의 협의에 의하여 차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약정하였다면, 그 취지는 차임 인상요인이 생겼는데도 임차인이 인상을 거부하여 협의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정한 적정한 액수의 차임에 따르기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5다239508, 239515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은 계약조항에 ‘일정한 사항을 당사자가 협의하여 정한다’고 규정한 경우 그 당사자의 의사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여러 사정을 종합한 합리적인 기준에 따르기로 한다는 의사가 포함된 것이고 그 합리적인 기준은 법원이 정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B가 A를 상대로 증액될 공사대금 상당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원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증액될 공사대금을 정하고 A가 B에게 이를 지급하도록 판단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서는 달리 판단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계약체결 시에 공사대금을 조정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해놓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근원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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