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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계약 판례여행]감리사, 감리소홀로 인한 주변 피해도 배상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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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19-07-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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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사가 감리를 소홀히 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감리계약의 상대방인 발주자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감리사와 아무런 계약 관계도 없는 시공 현장 주변 사람들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감리사가 이러한 손해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 문제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이 사건의 경우, 시공사는 발주자로부터 A 소유의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토지에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받았다. 위 공사의 경우 터파기 작업은 설계도서상 35인치 구멍을 3m 이상 뚫고 철근을 조립하여 모르타르(mortar) 주입용 파이프를 밑바닥까지 꽂은 다음 구멍에 자갈을 다져넣고 파이프를 통하여 모르타르를 주입하여 콘크리트 말뚝을 간격 없이 만드는 방법으로 시공하는 CIP(Cast In Place pile)공법에 의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시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하여 감리자와 협의를 거쳐 설계도서와는 달리 에이치빔 말뚝을 180cm 간격으로 세우고 그 사이를 합판으로 막아 시공하는 목재토류벽 흙막이 공법으로 시공하였다.

그러자, 인접한 A 소유 건물의 지반침하와 기울기가 급격히 진행되어 이 건물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에 A는 발주자, 시공사 및 감리사를 공동피고로 하여 건물 균열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감리사가 터파기 작업 시에 감리업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는 경우 시공사와 함께 공사장 인접 건물 소유자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다19670 판결).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시공 현장은 매립지로서 터파기 작업으로 인하여 인근 지반의 침하가 충분히 예상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감리사는 터파기 작업의 잘못된 시공으로 주변 건물들이 균열되고 인근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 몰려와 공사를 방해하며 OO시에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등의 민원을 제기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공사 현장에 가 본 사실 등을 근거로 감리업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감리사와 A가 서로 계약관계가 없는데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민법은 계약상 손해배상(민법 제390조)과 함께,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민법 제750조)을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과 같이 계약관계가 없는 인근 주민들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 민법 제750조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따라서, 시공사가 설계자가 반영한 터파기 공법을 보다 간이한 방식으로 변경하려고 한다면, 감리사로서는 우선 설계사가 선정한 공법이 전제로 한 지반 상태, 시공사가 확인한 지반 상태 등을 확인하여야 하고, 간이한 방식으로 충분하다는 정도의 확인을 거친 후에야 이를 승인하여야 한다. 특히 감리사는 시공사가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위해 세밀한 검토 없이 변경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보다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감리사는 계약된 감리비용 및 그 비용 산정의 기초가 된 감리인원의 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현장들 속에서도, 설계나 시공의 잘못이 발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리사는 설계사나 시공사와 함께 책임을 질 수밖에 없고, 그러한 책임은 민사적인 부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고 감리 업무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강선주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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