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유권해석

[Q&A] FIDIC 분쟁재정위원회 절차는 중재를 위한 선결요건인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12회 작성일 16-07-19 15:57

본문

Q : 해외건설회사인 저희 회사는 FIDIC 계약조건 Red Book을 바탕으로 터키 도로공사계약을 체결하여 공사를 수행하였고, 공사를 완공하여 발주자에게 take-over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발주자는 공사목적물에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일부 공사 기성을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당사는 발주자를 상대로 공사계약상의 분쟁해결 방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중재를 신청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공사계약에는 중재 전 절차로 분쟁재정위원회(Dispute Adjudication Board: 이하 “DAB”) 절차가 규정되어 있고, 이는 공사 착공 후에 28일 내에 구성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구성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 없이 공사를 수행하고 완공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사가 중재를 신청하기 전에 DAB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하는지요? 그냥 바로 중재를 신청할 수는 없나요?

A : FIDIC 계약조건 Red Book에서 규정되어 있는 DAB는 공사착공 후 28일 내에 분쟁이 있든 없든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 상설(standing) DAB입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DAB의 취지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공사수행 기간 동안에 DAB를 구성하지 않은 채 공사를 마친 상황에서 분쟁이 일어난 경우에 DAB를 거쳐서 중재를 신청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중재를 바로 신청할 수 있는지가 국제적으로 종종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편, 참고로 FIDIC 계약조건 Yellow Book과 Silver Book에서는 Red Book과는 달리 임시(ad hoc) DAB를 규정하여 분쟁이 발생한 때 DAB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처럼 발주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경우에 귀사가 만약 DAB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중재를 신청한다면 발주자는 계약에서 정한 DAB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중재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는 항변을 하며 귀사의 중재 제기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귀사는 반드시 DAB 절차를 거쳐야 중재를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이를 다룬 2014년 8월 20일자 스위스 연방대법원 판례(4A_124/2014)와 영국 고급법원 판례가 있는데 먼저 이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DAB 결정의 획득을 규정한 FIDIC 계약조건 제20.4조에서 각 당사자는 분쟁을 서면으로 DAB에 회부할 수 있다(may)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을 들어, DAB 회부는 중재의 선결조건이 아니므로 중재를 바로 신청할 수 있다고 하는 시공자의 주장을 중재판정부가 받아들여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하는 임시 중재판정(Interim Award)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발주자는 중재지인 스위스 연방대법원에 이 임시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고, 스위스 연방대법원은 DAB 절차가 중재의 선결조건이 아니라는 중재판정부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본 사안의 다른 예외를 인정하여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스위스 연방대법원은 FIDIC 계약조건 제20.2조에서 “분쟁은 제20.4조에 따라 DAB에 의해 재정되어야 한다(shall)”는 표현에 의해 DAB 절차는 중재로 가기 위한 강행적인 선결조건이라고 결론내렸지만, 이러한 선결조건으로 DAB를 강행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것에는 예외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한 예외로서 DAB 구성이 이미 양 당사자의 사이가 의심할 여지없이 벌어진 상황에서 공사가 완공된 후에 시작되었고, 시공자가 임시(ad hoc) DAB에 회부한지 15개월이 지났음에도 DAB가 구성되지 않았고, DAB가 구성되지 않은 데에는 발주자가 그 구성을 지연시킨 사실이 있음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DAB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중재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한편 2014년 10월 10일 영국 고급법원은 Peterbrough City 사건(Peterbrough City Council v Enterprise managed Services Ltd. EC4A 1NL)에서 FIDIC Silver Book에 규정되어 있는 임시 DAB를 거치지 않고, 발주자가 바로 법원에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DAB가 소송의 선결조건임을 주장한 시공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를 중지(stay)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발주자는 FIDIC 계약조건 제20.8조에서 “DAB가 임기만료 또는 기타 다른 이유로 존재하지 않을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재판부는 이는 분쟁이 발생한 후에 DAB를 구성하게 되어 있는 임시 DAB 보다는 상설 DAB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상설 DAB가 공사 착공 후에 구성되어야 했으나, 어떤 연유로든 구성되지 못했고 그러한 상황에서 분쟁이 발생하여 당사자들이 구성하려고 노력했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가 FIDIC 제20.8조에서 말하는 “기타 다른 이유”에 해당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두었습니다.

 물론 상기 판례들이 귀사의 사건에 직접적인 구속력은 없습니다만, FIDIC 계약조건 DAB 규정에 대한 논리적인 해석의 귀결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귀사는 일단 발주자에게 DAB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발주자가 시간을 끌며 여기에 협조하지 않을 때 비로소 FIDIC 제20.8조에 의해 바로 중재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승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