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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라운지]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대금 조정 가능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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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326회 작성일 23-06-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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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법언은 계약법상의 대원칙으로, 계약 실현에 대한 당사자들의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법상 원칙에 따른 당사자의 권리도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다(헌법 제37조 제2항).

관급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 제19조 등에서, 민간공사의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 등에서 물가변동 등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것이 그 한 예이다.

위 규정에 근거하여 공사계약일반조건(공공)이나 표준도급계약서(민간) 등에서 일정 요건 하에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계약상 근거가 명확한 경우에는 계산 방식 상의 논란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 관해서는 큰 논란이 없다. 문제는 위 국가계약법, 건설산업기본법 해당 규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에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 특약을 두는 경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 조항은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국가와 계약상대자가 물가 또는 환율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하는 특약을 체결하더라도 계약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 한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2012다74076). 판결이 선고된 지 다소 시간이 흘렀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 요인으로 물가변동 상황이 지속되며 분쟁이 증가하고 있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위 대법원 판결의 당부를 떠나, 주의해야 할 점은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인지는 그 특약에 의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체결 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위 판결의 결론을 모든 건설공사에 일반화하여 위 특약이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위 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 배제 특약을 둘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시공사의 입장에서 계약금액 조정을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거나, 오히려 반대로 계약금액 조정이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 예단하기보다는, 계약 당시의 경제상황, 당사자 간 지위의 격차 등 해당 특약을 둘 수밖에 없었던 사정, 공사대금 중 원자재의 비중, 원자재ㆍ인건비 등 가격 상승 비율, 시공사의 예상 손실 등 자료들을 토대로 계약조정을 충실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계약은 지켜져야 하지만, 일방이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는 계약까지 지켜지도록 강요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김현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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