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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국제중재절차의 비공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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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86회 작성일 16-09-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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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내 건설회사 A와 외국 하도급업자 B 사이에 체결한 계약상 발생한 분쟁을 국제중재(ICC 중재규칙)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A가 중재절차에서 제출하는 서증 및 기타 자료들을 B가 중재절차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중재절차와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할 수도 있나요?

A: 소송과 비교했을 때 중재의 장점으로 꼽히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비공개성입니다. 중재는 비공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중재기관, 중재인, 그리고 중재당사자(또는 당사자를 위해 사건을 수임하는 대리인, 외부전문가 및 증인 포함) 외에는 원칙적으로 증거자료를 열람∙복사하거나 중재심리를 방청할 수 없습니다. 중재판정문은 물론이고 심지어 중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중재법에서는 중재절차의 비공개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중재기관 중재규칙에는 중재절차의 비공개성에 대한 규정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중재판정부와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한 제3자의 심리기일 참석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ICC 중재규칙 제26(3)조 및 대한상사중재원(KCAB)의 개정국제중재규칙 제30조 제2항, 그리고 중재는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명시한 KCAB의 개정국제중재규칙 제57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재기관의 규칙이 중재기관 사무국이나 중재인들이 해당 중재와 관련한 정보를 비밀로 취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비밀준수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당사자들에게는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ICC 중재규칙도 그중 하나입니다. 물론 상장회사의 경우 특정금액 이상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공시해야 하는 등 강행규정에 따라 해당 분쟁에 관한 최소한의 정보를 외부에 알릴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당사자들이 전략적인 의도로 분쟁 내용을 언론에 공표하거나 중재절차를 통해 취득한 정보나 서류들을 중재절차 밖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중재는 비공개성을 전제로 하는 절차라는 이유로 중재절차에서 현출된 자료에 대해서는 비밀준수의무가 당연히 발생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당사자들이 비밀준수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했다고 항상 추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당사자들의 비밀준수의무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예를 들면, 중재절차 초기에 분쟁 당사자들 간 별도의 비밀유지 약정을 통해 보호될 정보의 범위 및 공개 가능한 예외적인 사유를 합의하고 부당하게 누설할 경우의 제재수단 등을 약정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실무상 더욱 흔히 볼 수 있는 수단으로는 양 당사자가 비밀유지 범위와 의무를 적시한 중재판정부의 비밀유지명령(Confidentiality Order)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ICC 규칙 제22(3)조에서 규정하는 ‘measures for protecting trade secrets and confidential information’이 그 경우를 상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엄격히 말해서 중재판정부는 한 국가의 법원처럼 위반 당사자에게 비밀유지를 강제하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당사자들은 중재판정부가 내린 비밀유지명령을 위반할 경우 중재판정상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는 심리적 우려로 인해 이를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위 사안의 경우, 중재는 비공개를 전제로 진행된다는 원칙에만 의존하여 중재절차 중 현출된 자료에 대해 당연히 당사자들 간 비밀준수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A는 B와 별도로 비밀준수약정을 하거나 중재판정부에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함으로써 법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임수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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