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라운지] 코로나19는 불가항력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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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4-10-24 09:05본문
통상 불가항력이란 계약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나 상황으로 인해 계약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불가항력 조항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특정 사건이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 그 사건이 계약상 채무불이행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일 것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불가항력의 인정에 상당히 엄격한 태도를 취해왔다. 대법원은 주택공급사업자가 입주 지연이 불가항력이었음을 이유로 그로 인한 지체상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입주 지연의 원인이 그 사업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그 사업자가 통상의 수단을 다하였어도 이를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는 한편(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다59475 판결), IMF 및 그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은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거나(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 건축자재 공급 부족 및 인력 부족 역시 불가항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는 등(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다34610 판결), 불가항력을 인정하는데 상당히 엄격한 태도를 보여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인류의 현대사에서 유례없는 전 세계적 감염병 사태가 발생한 상황은 불가항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의 위 판결들은 이러한 사태를 경험한 바 없이 오래전에 선고된 판결들이라는 점에서, 이를 코로나19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전 세계적으로 국경이 봉쇄되고, 4인 이상 집합이 금지되며, 단순히 감염자가 발생하였거나 감염자와 접촉만 하였다는 이유로 직장이 폐쇄되고 2주 이상 격리되는 사태는, 지금까지 현대사회에서 발생한 바 없는 전무후무한 사태임이 감안될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공사는 물론 민간공사에 대하여도, 코로나19는 ‘전염병 등 불가항력의 사태로 인하여 계약이행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로 보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발주자는 공사기간을 연장하여 주어야 하고 이와 같이 연장된 공사기간에 대하여는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공사현장은 원격근무가 불가능하고 다수의 근로자들이 밀집하여 작업하는 공간이기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이 감안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임대차계약을 둘러싸고 코로나19가 불가항력적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코로나19가 불가항력적 사유에 해당함을 인정하기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3. 12. 8. 선고 2023나2026637 판결).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이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전과 공공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법원이 보다 유연하고 관대한 해석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여러모로 앞으로의 법원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김한솔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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