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간접비 포기각서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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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30회 작성일 18-10-31 13:39본문
[사건개요] 발주기관과 건설업체는 지방계약법에 따라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건설업체는 공사 진행 도중 예상치 못한 지장물 발견 등의 사정으로 계약기간이 연장되자 발주기관에게 계약기간 연장 및 간접비를 신청했다. 그러나 발주기관이 이를 불허하면서 오히려 간접비 포기각서를 작성해 제출하지 않으면 지체상금을 부과하겠다고 하자 건설업체는 포기각서에 날인해 제출했다. 이후 건설업체는 발주기관을 상대로 간접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안의 쟁점] 건설업체가 발주기관 사정으로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그에 대한 간접비를 청구할 수 있는데,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따라 계약기간만이라도 연장받기 위해 간접비 포기각서를 작성해 제출한 경우 간접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사안의 검토] 이 사건에 대해 건설업체 측은 위와 같은 간접비 포기는 지방계약법상 부당특약금지원칙 등에 위반되거나, 민법상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건설업체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간접비 포기가 부당특약금지원칙 등에 위반되거나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건설업체는 항소심에서 공사기간 연장 원인이 발주기관의 사정이라는 점을 추가로 입증했고,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해 건설업체의 청구를 인용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위해 계약상대방과의 계약에 근거해 계약당사자 사이에 효력이 있는 계약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이 금지되거나 제한된다고 할 이유는 없고,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상 관련 법령에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이 없는데도 그러한 계약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은 아니다.
다만, 구 지방계약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공공계약에서 계약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은 효력이 없으나,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계약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해 형평에 어긋나는 특약을 정함으로써 계약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계약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인지는 계약상대방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체결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두11328 판결).
그런데 이 사건 계약기간 연장사유는 발주기관의 사정으로 볼 수 있고, 간접비 포기 합의에 의해 건설업체의 계약상 이익이 제한되는 반면에, 발주기관은 간접비 지급의무를 면제받은 이익을 받게 된다. 건설업체로서는 발주기관의 요청에 응해야 계약기간 연장을 받을 수 있었고, 공기연장 간접비가 5억원에 상당할 정도의 거액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간접비 포기 합의는 상당한 이유없이 계약기간 연장에 따른 부담을 건설업체에 전가하거나, 건설업체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에 해당하므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18. 8. 31.선고 2017나2044498 판결 참고).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국내 공사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간접비 포기의 효력을 부인하는 사실상 최초의 판결이라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아직 대법원의 최종적인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확정된 법리로 인정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그럼에도, 건설업체가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따라 간접비 등을 포기하는 각서나 합의서를 작성한 경우 법원에 재판을 제기해 다툴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김성근 법무법인(유) 동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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