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유권해석

[공공계약 판례여행]발주자 지명 하수급인에 대한 시공자의 책임 범위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72회 작성일 18-10-08 08:39

본문

해외건설계약에서 발주자가 특정 전문공사를 수행할 하수급인을 지명하여 해당 하수급인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발주자지정 하수급인 또는 지명하수급인(Nominated Sub-contractorㆍNSC) 제도라고 부른다. 국내의 경우 지명하수급인의 개념 자체가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발전소 공사 등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 실제로 발주자가 입찰 단계에서부터 하수급인을 미리 정해두는 경우가 존재한다. 여기서 지명하수급인의 잘못으로 공기가 지연되거나 시공상 하자가 발생할 경우 시공자가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실무상 문제된다.

시공자의 구체적인 책임 범위는 발주자와 시공자 간에 체결된 공사도급계약의 내용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하수급인은 발주자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시공자가 하수급인의 책임까지 모두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발주자가 하수급인을 지명하는 것이 늦어지는 바람에 공사기간의 연장이 필요하거나 시공자가 지명하수급인의 역무 자체를 수행하지 않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시공자의 책임이 제한 내지 면제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영국 건설전문법원(Technology and Construction Court)은 수영장의 보일러 공사 중 난방 시스템을 발주자가 지명한 하수급인이 설계한 사안에서, 시공자가 발주자를 대신하여 설계 역무를 수행할 지명하수급인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만으로 설계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Sinclair v Woods of Winchester Ltd [2006] APP.L.R. 11/22).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로 이해되는 아랍에미리트(UAE) 법원 또한 공기지연의 책임이 지명하수급인에게 있는 경우 시공사의 공기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부과를 부정한 사례가 있다. 동 사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급계약상 발주자가 하수급인을 지명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발주자의 지명에 따라 시공사는 지명하수급인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발주자는 본래 예정된 공기가 도과되자 지체상금을 수급인에게 부과하였으나 공기지연의 책임 자체는 지명하수급인에게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발주자는 하수급인을 지명한 것은 맞지만 계약관계는 발주자와 시공사 간에만 성립하고 시공사가 지명하수급인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으므로, 시공사가 지명하수급인의 공기지연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아랍에미리트 대법원은 시공사가 하수급인의 채무불이행에 대해 발주자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아랍에미리트 민사거래법(the UAE Civil Transaction Code) 제890조는 지명하수급인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발주자의 지체상금 부과를 부정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지명하수급인에 관한 명시적인 판례나 법리를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법 제669조는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하여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지명하수급인에 관한 법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지명하수급인 제도 자체가 발주자를 위하여 고안된 것인 만큼, 실제 사례에서 시공사 입장에서 이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법적으로 유리한 관련 자료들을 얼마나 잘 준비할 수 있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덕근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