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라운지] 하자소송과 신속ㆍ공정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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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6-02-02 08:30본문
다른 통상적인 소송과 달리 하자소송은 하자 감정 항목이 세대수와 관계없이 많게는 600여개 항목에 달할 정도로 많고, 그 양태 또한 미시공, 변경시공, 부실시공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더구나 그 내용을 보면 하자를 조사하여 제3자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결함현황도가 구비되어야 하고, 이 결함현황도에는 보수해야 할 하자의 수량과 단가, 노무비 등을 적용해 산출한 내역서가 포함되는데, 보통 400~500페이지 분량의 책자가 4~5권에 이를 정도로 그 분량이 방대하다.
이러한 하자감정서가 법원에 제출되어 피고에게 전달되면, 기술지원업체의 담당 엔지니어가 방대한 분량의 감정서를 분석하여 보완감정 신청할 항목을 추려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공사로부터 필요한 도면과 시방서, 전문업체의 시방서 등 공사 관련 세부 서류를 교부받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하자소송 기술지원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라 하더라도 시공사가 서로 다르고, 설령 시공사가 같다고 하더라도 담당 직원이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물론 감정서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작성되어 있거나 보완감정 신청할 항목이 몇 개 되지 않는 경우라면 시간이 단축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구나 근래에 들어 감정인에 따라 세대당 보수비가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보수비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한다면, 보완감정 신청을 준비하는 데에는 절대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재판부가 무척 재판을 서두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심지어 1개월 이내에 보완감정 신청을 하라는 재판부가 점차 늘어나는 등, 황당하기까지 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나아가 보완감정 신청 횟수를 1~2회로 제한하는 재판부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재판부의 소송지휘 추세는 신속한 재판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보완감정 신청 횟수에 제한 없이 충분한 조회가 이루어지고, 설계회사 등 유관기관에 대한 조회까지 충분히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최초 감정금액 대비 상당한 금액이 감액되는 경우가 많다. 세대 규모가 큰 경우에는 7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감액된 사례도 있을 정도이며, 수십억원대의 감액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자소송은 감정인의 성향이나 경력에 따라 감정금액의 편차가 크다는 사실이 거의 공지의 사실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속한 재판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시행사나 시공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종국적으로는 이러한 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되어, 결국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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