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라운지] 직불합의가 이뤄진 경우 선급금 정산과 하도급대금 직불과의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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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6-01-29 09:35본문
기획재정부는 국가계약 회계예규 중 하나로 ‘공사계약 일반조건’을 마련하여 국가계약법령이 적용 또는 준용되는 공공공사에 널리 적용하고 있다. 선급금은 미리 지급하는 공사대금으로 계약이 중도 해지되면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 미지급 공사대금에 당연 충당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다40109 판결). 그러나 당사자 약정으로 달리 정할 수 있는데(이른바 ‘예외적 정산약정’) 일반조건 제44조 제6항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직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7다31211 판결).
일반조건 제44조 제6항은 “건설산업기본법 및 하도급법에 의하여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로서 제43조 제1항에 의하여 하도급대가를 직접 지급하여야 하는 때에는 우선적으로 하도급대가를 지급한 후 기성부분에 대한 미지급액의 잔액이 있을 경우 선금 잔액과 상계할 수 있다”라는 규정인데, ‘제43조 제1항에 의하여’라는 문구가 문제이다. 제43조 제1항은 하수급인이 직불요청을 하지 않아도 원수급인이 직불을 의뢰한 것으로 보아 발주기관이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는 일종의 보완규정이다. 그러다 보니 하수급인의 직불요청이 필요 없는 3자간 직불합의는 빠져 있다. 그러나 3자간 직불합의야말로 대금지급보증이 면제되기 때문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이는 선급금의 예외적 정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에서 대법원은‘일반조건 제43조 제1항에는 직불합의 규정이 없기는 하나, 제44조 제6항의 예외적 정산약정이 있는 상황에서 직불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그 합의에는 예외적 정산약정도 포함되었다’고 하면서 ‘다만 선급금 보증계약 체결 이후 이루어진 직불합의는 보증인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하여 직불합의 이후에 발주기관이 선급금을 지급한 경우에만 직불이 우선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7. 8. 선고 2016다267067 판결).
예외적 정산약정을 그대로 인정한 1, 2심과 달리 대법원이 선급금 보증계약 체결과 직불합의의 선후관계에 따라 인정 여부를 달리한 이유는 일반조건 제43조 제1항에는 직불합의 규정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3자간 직불합의는 그 자체로 하수급인이 발주기관에 직접지급을 의뢰한 것이고(그래서 다른 사유의 직불요건과 달리 하수급인의 직불요청이 필요 없다), 대금지급 보증의무도 합법적으로 면제되고 있어 하도급대금을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 발주기관이 선급금을 지급하거나 보증기관이 선급금보증서를 발급하면서 직불합의가 있는지를 따지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제44조 제6항에서 ‘제43조 제1항에 의하여’라는 문구 때문에 대법원은 깊은 고민 끝에 일종의 묘수를 냈지만 하수급인 보호에는 미흡하다. 일반조건을 제정한 기획재정부가 직불합의를 선급금의 예외적 정산약정에서 제외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단순한 규정의 미비이다. 일반조건 제44조 제6항에서 ‘제43조 제1항에 의하여’라는 문구는 불필요하고 실무에 혼선만 주므로 신속히 삭제되어야 한다.
강병헌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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