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라운지] 건설분쟁과 재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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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12-08 10:43본문
건설분쟁에서 감정 절차는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니라, 소송의 향배를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로 기능한다. 기성고 산정, 하자 여부와 범위, 추가 공사대금 정산 등 기술적 사실 판단이 중요한 사안일수록 감정인의 의견은 재판부의 판단 기초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상담 과정에서 “재감정을 받아줄 수 있느냐”를 문의하는 의뢰인을 종종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재감정은 단순한 신청만으로 쉽게 받아들여지는 절차가 아니며, 감정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는 재판부를 설득하기 어렵다.
감정서의 일부 내용에 사실과 다르거나 부당한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절차는 보완감정 신청이다. 감정인에게 추가 설명을 요구하거나 자료 누락을 지적해 보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감정서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곧바로 재감정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소송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재감정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절차이기 때문에,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하자분쟁을 예로 들면, 감정서에는 반드시 ‘결함 현황도’가 포함되어야 한다. 하자의 위치, 범위, 형태가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어야만 감정 결과의 신뢰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감정서에 현황도가 첨부되지 않았다면, 감정인에게 “누락된 현황도를 제출해 달라”고 조회할 수 있다. 문제는 제출된 현황도가 감정인 본인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메모지 정도에 불과하다면, 이는 감정의 객관성과 검증 가능성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결함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재감정을 신청할 수 있는 충분한 사유가 된다.
하자보수 방법이 과도하게 제시된 경우 역시 재감정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타일 뒤 채움 부족 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에폭시 주입과 같은 대체 공법이 활용되며, 모든 경우에 타일 철거 및 전체 재시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강화마루 소음 하자 또한 주관적 판단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감정인이 일정 기준 없이 전면 철거를 단정한다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다양한 대안 공법이 존재함에도 감정인이 과도하게 비용이 큰 철거 후 재시공 같은 보수 방법만을 고집한다면 이는 감정 결과의 균형성과 합리성을 의심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재감정이 허용되지 않는 가장 흔한 사유는 ‘금액이 너무 많다’거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막연한 불만이 근거로 제시되는 경우이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의 금액적 크기나 당사자의 주관적 불만을 이유로 재감정을 명하지 않는다. 재감정은 감정서의 중대한 결함, 필수 자료의 누락, 현저히 부당하거나 비합리적인 보수 공법 제시 등과 같이 전문적ㆍ객관적 하자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결국 재감정은 감정의 신뢰성, 객관성, 검증 가능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에서만 가능하며, 그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감정 및 재감정 절차는 소송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므로, 사건의 특성에 따라 감정서의 구조ㆍ자료ㆍ기술적 판단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감정 단계에서의 적절한 대응은 향후 소송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므로,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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