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천공항공사 무지인가, 무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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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06-30 08:32본문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감사원은 최근 인천국제공항 4단계 사업의 일환인 ‘제2여객터미널 확장 골조 및 마감공사’ 관련 외장공사 장비비를 둔 사전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반려하기로 결정했다. 발주처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 11월 감사원에 판단을 맡긴 지 약 7개월 만이다. 감사원은 공사비 지급에 대한 발주처의 내부 입장차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신청기관의 자체적인 검토가 충분하지 않을 때 감사원은 사전컨설팅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결국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게 아니라, 요건에 미달돼 돌려보낸 셈이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한 공사비 갈등에 대한 감사원의 판단을 기대했지만,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면서다.
감사원이 이번 사전컨설팅을 반려한 것은 발주처 사업부서와 감사실 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설계변경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공사 측에서 무리하게 이를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발주처 사업부서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뤄 추진할 수밖에 없는 만큼 시공사의 일방적인 요구로 보기 어렵다.
다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급가액 3억원 이상 설계변경 항목에 대해 감사실의 검토를 거치도록 두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감사실의 판단이 달랐던 게 감사원이 사전컨설팅을 위한 충분한 검토가 뒷받침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낸 주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사업부서와 감사실의 생각이 같았다면 이처럼 어이 없는 결과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제2여객터미널 외장공사에 투입된 장비비는 수백억원대에 이른다. 만약 발주처가 감사원의 사전컨설팅 반려를 이유로 설계변경 협의 대상에서 이를 제외하게 될 경우 법정 다툼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시공사 측은 벌써부터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이후 진행될 계약사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답변하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제 어떤 판단을 내릴진 매우 중요하다. 이 공사에 직접 장비를 투입한 하도급 업체들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련 공종은 지난 2023년 말 마무리됐지만, 아직도 비용 정산을 제대로 못한 상태다. 일반적이라면 지난해 상반기에 모두 지급됐어야 될 돈이다. 사전컨설팅 반려라는 표면적인 결과만으로 이를 협의 대상에서 제외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하도급 업체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실 감사원으로부터 사전컨설팅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아든 것 자체가 고개를 들지 못할 일이다. 제외 요건을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았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이를 방패막이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니, 참 낯부끄러운 일 아닌가.
백경민 기자 wiss@〈ⓒ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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