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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라운지] 부실공사는 단순한 민사상 하자와 구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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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7회 작성일 25-01-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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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건설기술 진흥법에서는 부실벌점이 부실공사가 발생했거나 그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부과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례를 보면 부실공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경미한 하자나 절차상의 문제까지 부실벌점의 대상으로 삼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합산벌점 방식 도입 이후, 현장 경험이 많은 기업일수록 부실벌점에 노출되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는, 계약상 발생한 단순 하자에 대해 부실벌점이 부과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부실벌점은 본래 부실공사의 발생 또는 가능성을 근거로 한 행정적 제재이다. 대법원은 “‘부실공사’란 건축법 등 각종 법령ㆍ설계도서ㆍ건설관행ㆍ건설업자로서의 일반 상식 등에 반하여 공사를 시공함으로써 건축물 자체 또는 그 건설공사의 안전성을 훼손하거나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11. 15. 선고 2018두64924 판결).

건설기술 진흥법의 관련 법령 및 위 대법원 판례에서도 나타나듯이, 부실공사는 계약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 품질이나 사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수 또는 배상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사안에 해당하는 단순한 민사적 하자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모든 민사적 하자가 곧바로 부실공사로 간주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이유로 부실벌점을 남발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현장에서 교체 가능한 거울과 같은 비품의 결함도 부실벌점 부과 대상이 되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이는 부실공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

법적으로도 이러한 문제는 명확히 드러난다. 현재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에서는 하자담보책임기간 중 동일한 하자가 3회 이상 반복될 경우에만 벌점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실벌점이 부실공사의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관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민사적 해결이 가능한 사안에 행정적 제재까지 가하는 것은 불필요한 자원 낭비일 뿐만 아니라, 건설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부실벌점 산정방식이 합산벌점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경험이 많고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들이 오히려 공공시장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공공 건설사업의 품질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실벌점 제도는 그 본연의 목적에 맞게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품질을 보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의 운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적용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부실벌점 부과를 막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공정한 판단 기준이 필수적이다.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부실벌점 제도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유철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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