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라운지]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한 계약 해지 시 배상해야 할 비용의 범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52회 작성일 24-08-01 08:53본문
공사계약일반조건 제45조 제1항은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라는 표제 하에 객관적으로 명백한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발주기관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발주기관이 계약상대자의 채무불이행이 아닌 정부정책의 변동이나 관계 법령의 제ㆍ개정으로 인한 사업취소 등과 같이 발주기관의 자체적인 사정변경을 이유로 하여 공사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발주기관이 위 규정에 근거하여 공사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계약상대자에게 ‘시공부분의 대가 중 지급하지 아니한 금액’과 ‘전체공사의 완성을 위하여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일 이전에 투입된 계약상대자의 인력ㆍ자재 및 장비의 철수비용’을 지급하여야 한다(일반조건 제45조 제3항 제1호, 제2호).
주로 문제되는 부분은 기성대가로 전보되지 않은 계약 해지 시까지의 투입비용(특히 초기일수록 공사준비 비용이 많다)에 대한 지급 범위이다. 계약상대자는 계약상의 기성금으로 전보되지 않는 해지 시까지의 실투입비용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발주자는 위 일반조건의 문언상 ‘철수비용’이라는 표현에 주목하여 인력ㆍ자재 및 장비의 ‘철수’에 들어가는 비용만 지급하면 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법원은 일반조건 제45조 제3항 제2호에 따른 철수비용은 단지 ‘인력ㆍ자재 및 장비의 철수에 소요되는 비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의 완성을 위하여 계약 해지일 이전에 투입한 인력ㆍ자재 및 장비와 관련된 비용’을 의미한다며 착공일부터 현장철수일까지 투입한 비용 중 지급받은 기성대금을 제외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4. 2. 8. 선고 (인천)2022나13528 판결,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결로 확정).
위 판결은 일반조건 제45조 제1항이 계약상대자의 귀책사유와 상관없이 불가피한 사정변경에 의한 약정해지권을 발주기관에게만 허용하고 있으므로, 제3항에서 시공사가 공사계약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믿고서 이미 지출한 공사 수행에 필요한 인력ㆍ자재 및 장비에 관한 비용 중 기성대가로 지급받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 회수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발주자 주장처럼 해당 규정을 현장에서의 ‘철수’ 자체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해석한다면 시공사는 귀책사유 없이 공사계약을 해지 당하면서도 해지 이전에 이미 투입한 비용 상당액을 보전 받을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된다는 취지이다.
위 판결은 발주기관이 사정변경을 이유로 하는 공사계약 해지 시 계약상대자에게 배상해야 하는 범위에 대한 기준 및 취지를 명확하게 설시한 선례로서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을 이유로 하는 공사계약 해지 시 계약상대자의 투입비용의 정산에 관하여 보다 합리적인 처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정유철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대한경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