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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 '설계예산검토과' 신설은 공사비 삭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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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541회 작성일 20-04-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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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개선·품질 강화 목적 주장속 설계적정성 검토 통해 '감액' 전례

"적정 공사비 보장 정책 역행" 지적

 

정부가 적정공사비 책정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조달청이 설계예산검토과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단행해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경기 활성화를 위해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카드를 꺼냈고, 가뜩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쇼크로 공공건설시장 역시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공사비 삭감 강화로 이어질 경우 경기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공식 출범한 조달청 시설사업국 소속 설계예산검토과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신설된 설계예산검토과는 총 사업비 관리 대상사업 중 설계 전 과정에서 설계적정성을 검토해 시공 과정에서의 저품질 부실설계로 인한 폐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기존 시설사업기획과에서 분리된 조직이다. 담당 공무원과 외부 전문직을 포함, 21명으로 출범했다. 기존 과 소속으로 진행하던 설계적정성 검토 업무가 확장ㆍ강화된 셈이다.

조달청이 전담조직을 신설하면서 설계단계에서 공사비 적정성 검토를 보다 강화하면 공사비 삭감 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조직 신설과 예산 절감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부실한 설계는 시공단계를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며 “설계 오류를 개선해 고품질의 설계로 부실시공을 막고 기능적으로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물을 건설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조달청의 설계적정성 검토작업은 공사비 증액보다는 삭감에 치우쳤다.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7~2019년)간 535건(공사비 약 17조5000억원)의 설계적정성 검토를 통해 공사비 약 1조2000억원을 조정했다. 증액은 단 2233억원에 불과했고 감액이 무려 9691억원이었다.

시장에서는 공사비 증액보다 삭감에 치우친 최근 3년간 조달청 설계적정성 검토 실적을 고려하면, 조달청의 설계적정성 검토 전담조직 신설은 공사비 삭감 기능만 강화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공사비는 시설공사 기획에서 입찰에 이르기까지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조달청 설계적정성 및 총사업비 검토, 발주기관 자체 조정, 주무부처 자체검토, 기재부 예산검토, 발주기관 최종검토에 이르러 예정가격이 산정된다. 이 단계를 거칠 때마다 복수의 관련 기관이 단계별로 검토하며 공사비를 삭감하고 입ㆍ낙찰 단계를 거치면서 계단식으로 계속 깎는 구조다.

김상범 동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의 ‘공공공사 공사비 실태 진단’에 따르면 기획단계 초기 예정가격 대비 실제 건설산업계의 수주 금액은 50~70% 수준에 그친다.

조달청과 수요기관의 관계를 보면 공사비 삭감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조달청은 발주기관에서 각종 조달대행을 진행한 뒤 수수료 수익을 거둔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달청 예산설계검토과가 예산 증액을 위한 설계보완을 요청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조달청 수요기관인 지방자치단체 등이 설계 경제성(VE) 검토 과정을 거치는 점을 고려하면 전담조직 신설은 무리한 중복 검토라는 지적이 나온다. VE과정이란 공공건설공사의 설계완료 전 단계에서 실시하며 설계에 대한 경제성검토, 현장적용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공공공사 공사비 개선 움직임과 배치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은 지난해부터 표준품셈, 표준시장단가 등 공사원가 체계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고 종합심사낙찰제, 간이종심제 등 입찰방식도 적정공사비 책정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담조직인 설계예산검토과가 공사비 삭감에만 치우치지 않아야 진정한 공공 건축물의 설계품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올해 주요 업무로 추진한다고 밝힌 △적정 공사기간 검토서비스 △설계적정성 검토일수 단축에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조달청은 설계적정성 검토단계에서 적정 공사기간 산정을 유도해 부적정한 공사기간 산정이 불러오는 공사품질 저하, 안전사고 발생, 간접비·지체상금 분쟁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설계적정성 검토일수 단축(40일→30일)과 설계오류ㆍ수정기간 최소화 등을 통해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을 지원할 방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관행대로 삭감에 초점을 맞춘다면 조달청 설계적정성 검토 전담조직 신설은 공사비 삭감 장치만 이중삼중으로 더 강화한 모양새”라며 “정부차원에서 적정공사비 책정 정책을 펼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어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건설경제>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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