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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럴 바엔 ‘기술형입찰’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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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406회 작성일 19-05-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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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공건설시장 최대 화두는 조달청의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 신축공사 △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 조성공사 등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 3건에 대한 입찰공고 취소다.

감사원은 조달청이 예정가격 초과 업체를 낙찰예정자로 선정한 것을 ‘예산낭비’라고 지적했고, 조달청은 이를 수용해 입찰공고를 취소했다. 입찰참여 건설사들은 일제히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재부와 감사원, 조달청이 만들어 낸 이번 혼란을 두고 우리나라 기술형입찰 시장을 크게 후퇴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첫째는 감사원이 기술형입찰에서 ‘저가 투찰 업체대신 더 높은 가격을 써낸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세금낭비=잘못된 행정’이라는 논리로 예산낭비로 규정한 점이다.

이는 가격평가보다 설계평가에 초점을 맞추는 기술형입찰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조달청은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를 실시설계 기술제안 공사로 발주하면서 설계점수 80%와 가격점수 20%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발주 당시 조달청이 이 같은 가중치를 둔 것은 수요기관인 한국은행이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점수에 가중치 80%를 부여하는 것은 기술형입찰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는 지난 2017년 1월 기획재정부 계약 예규 개정ㆍ시행(설계점수 가중치 최대 90%까지 부여) 이후 첫 적용이었다. 기재부는 당시 가격경쟁보다 기술경쟁을 유도해 품질 경쟁을 촉진해 기술형입찰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기술형입찰 제도는 고려하지 않고, 예가 초과 낙찰자와 2순위 업체의 투찰 금액만큼 ‘예산낭비’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지적대로 낙찰자 선정에 예산낭비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기존 설계안을 토대로 기타공사로 발주하면 될 일이었다.

두 번째로, 예가를 초과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한 점이다.

실시설계 기술제안의 도입취지를 고려할 때 공사금액과 관급금액을 포함한 총예산 안의 범위에서 투찰이 이뤄졌다면 예가 초과는 문제로 삼지 않아야 한다.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이 입찰자의 창의력과 기술력을 이끌어 내 기존 설계안보다 높은 수준의 공공시설물을 생산해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기재부도 애초 실시설계 기술제안에서 예가 초과 낙찰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건설산업 혁신의 모범국가로 꼽히는 영국 인프라사업청(IPA)의 ‘국가 인프라 계획(2016-2021)’에 따르면, 효과적인 정부조달은 더 나은 성과물을 얻는 것이지, 최저가격 입찰자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투자가치와 성과물에 중점을 두는 영국 정부의 발주 철학이 나타나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 공공건설 시장은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입찰제도를 하나 잃었다. 앞으로 예가 족쇄에 발목 잡혀 기존 설계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고만고만한 시설물만 양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 기업이 이런 제도 아래서 해외수주를 위한 국제 경쟁력을 쌓을 수 있을까? 무늬뿐인 기술형입찰을 차라리 폐지하라.
<건설경제> 한상준 산업1부장news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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