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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계약 판례여행]관급자재 인도조건의 변경은 설계변경이 아니라고 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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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59회 작성일 19-05-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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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설명서에 관급자재의 인도조건이 ‘공사현장하차도’로 명시되어 있다가 실제 공사 과정에서 인도조건이 ‘공사현장차상도’로 변경된 경우, 계약상대자는 발주자에게 관급자재의 하차 때문에 발생한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까? 발주자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해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계약상대자가 그 부분의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계약내용을 변경하여야 하는데, 계약상대자가 이행을 완료한 후 비로소 계약내용의 변경을 요청한 바 있으므로 발주자는 지급의무가 없다고 다투면 이는 타당할까?

위 사례에서 법원은 “이 부분은 설계변경이 아니라 피고 공사가 최초의 계약 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관급자재를 반입함에 따라 추가로 발생한 비용이므로, 원고들이 그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계약내용의 변경을 요청한 바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공사가 그 지급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예가 있다(서울고등법원 2018. 9. 21. 선고 2017나2063390 판결).

우선, 이 경우가 설계변경 혹은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경으로 인해 공사물량의 증감이 수반되는지에 따라 구분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즉, 설계변경은 공사물량의 증감이 발생하는데 반해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은 공사물량의 증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위 법원은 관급자재 인도조건의 변경은 설계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들이 그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계약내용의 변경을 요청한 바 없었다고 하더라도” 무방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설계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면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에 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후자의 경우에도 “제1항에 의한 계약내용의 변경은 변경되는 부분의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완료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마찬가지로 요구하고 있어서(일반조건 제23조 제2항 본문) 여전히 계약내용의 변경 전 요청 여부가 문제될 소지가 있다.

사건의 내용에 비춰볼 때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에 해당하더라도, 관급자재의 공급자가 발주자 측과의 운송계약 내용 등을 이유로 하차하지 아니하여 계약상대자가 부득이 이를 하차하게 되었는데 이는 발주자가 사전에 알았더라면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 등을 바탕으로 발주자가 ‘계약내용을 변경하기 전에 계약을 이행하게’ 한 것(일반조건 제23조 제2항 단서)에 준하는 경우로 평가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결국, 위 법원 판단의 결론은 타당하다. 중요한 것은 법원도 계약상대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내용의 변경이 필요한 상황에서 ‘계약내용의 변경은 변경되는 부분의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완료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계약조건에서 절차를 요건으로 하는 이유가 발주자의 미리 헤아릴 수 없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할 때, 발주자에게 알았더라면 승인하였을 것임이 객관적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그 절차 미비를 이유로 계약상대자의 실체적 권리를 부인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관련 판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면밀한 계약관리가 필요하다.

이경준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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