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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계약 판례여행]설계ㆍ시공ㆍ감리의 책임이 경합될 때 유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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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37회 작성일 18-12-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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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 공사의 경우 예정된 성능이 구현되는 것이 중요한데, 시운전 내지 가동 단계에서 제대로 성능이 나오지 않아 발주자가 설계사, 시공사 내지 감리사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이나 하자담보책임을 묻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된 플랜트 공사의 경우에는 계약 상대자가 설계∙시공을 모두 수행하므로,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과 달리 계약 상대자가 발주자에게 일차적으로 책임을 부담한 후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한 설계사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이나 하자담보책임을 묻는 형태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시공사는 설계도서대로 시공할 책임을 부담하므로, 시공사가 설계도서대로 시공한 경우에는 그 설계도서가 부적당함을 알고도 발주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이 아닌 이상 그로 인해 하자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시공사에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5다24975 판결 참조). 즉, 시공사가 임의∙변경시공을 하지 않거나 설계도서의 부적당함을 알고도 고지하지 않은 경우가 아닌 한 시공사는 하자담보책임에서 원칙적으로 자유롭다.

그런데 최근 플랜트 공사와 관련하여 설계사의 설계오류, 시공사의 임의∙변경시공 및 감리자의 감리소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기존 설비의 철거 및 보완 시공을 하게된 사안에서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 간의 책임관계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89320 판결 참조).

위 사건에서 발주자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과 분뇨처리시설을 병합처리하는 설비를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으로 발주하였는데, 최초의 설계에서 일부 설비의 설계누락이 있었고, 시공 과정에서 시공사들의 임의변경시공이 있었으며, 감리자는 시공사들의 임의변경시공을 승인해 주었다. 또한 위 사건의 원심은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처리시설의 정상 가동이라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라는 이유로 발주자가 입은 전체 손해에 대해 부진정연대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설계용역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공사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등은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나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는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이른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으므로, 설계사, 시공사 등은 발주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원칙적으로 독립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부진정연대채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부진정연대채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 함으로써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면서 파기환송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은 설계∙시공∙감리 하자가 경합된 경우에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 간의 책임관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이 경우 발생한 손해가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 중 일방의 독립된 책임영역에 속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책임이 중첩되는 부분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정준호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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