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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계약 판례여행]턴키계약의 역무범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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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558회 작성일 18-09-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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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턴키계약이라 불리는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체결된 공사계약에서 발주처가 공사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계약범위를 벗어나는 작업을 계약금액 조정 없이 추가로 수행하도록 지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시공사로서는 발주자의 지시를 어길 경우 당장 준공검사 등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고, 법적∙계약적으로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한지 자신할 수도 없어 권리행사가 소극적인 경우가 대체적이다.

그런데 최근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해당 사건에서 발주처가 철도 노반건설공사를 발주하면서 공사입찰공고, 입찰안내서 등 입찰 관련 서류에 터널내 전선로 공사가 포함되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게 기재하였고, 시공사는 터널 내 전선로 공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인식 하에 입찰금액을 정하여 투찰하였다. 이후 낙찰자로 선정된 시공사는 터널 내 전선로 공사가 포함되지 않은 실시설계도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위 설계도서는 그대로 승인되어 확정되었다. 그런데 발주처는 공사 도중에 입찰안내서에 철도가 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는 등의 문구와 함께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체결된 계약에서 시공사는 계약 목적물의 기능에 맞게 시공할 의무를 부담하며, 실시설계도서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고 하여 설계누락 등에 대한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는 규정 등을 들어 터널 내 전선로 공사를 시공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에 시공사는 발주처 지시대로 터널 내 전선로 공사를 시공하는 것과 별개로 법원에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공사비를 청구하는 내용으로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그 계약에서 정한 공사범위를 초과하여 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계약 상대자들은 도급받은 공사에 한하여 그 공사를 공사 목적물의 기능에 맞도록 설계∙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1심 판결과 동일하게 터널 내 전선로 공사가 계약 외 역무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을 조정해 주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8. 8. 16. 선고 2017나2069848 판결).

재판 과정에서 원∙피고 쌍방은 법리 및 사실공방을 치열하게 별였는데, 원고는 발주처가 토목공사인 철도 노반건설공사를 발주하면서 입찰참가자격으로 터널 내 전선로 공사의 시공에 필요한 전기공사업 등록을 요구하지 않은 점, 공사입찰공고나 입찰안내서상 문구가 불분명한 점, 발주처도 터널 내 전선로 공사가 계약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전제에서 감리용역 내지 실시설계용역을 발주한 점 등 터널 내 전선로 공사가 역무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는 사정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주장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공히 위와 같은 사정들 및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에 관한 법리를 토대로 터널 내 전선로 공사가 계약상 역무에 속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참고로 발주처는 위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법원이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체결된 공사계약에서도 시공사의 역무범위가 도급받은 공사로 한정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위 판결은 동일∙유사한 사건에서 의미있는 선례가 될 뿐만 아니라, 발주자의 부당한 지시나 관행에 제동을 거는 중대한 초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시공사로서도 턴키계약에서 발주자가 지시한 공사가 계약 외 역무로 의심된다면 이의유보 등 적절한 현장대응과 함께 권리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위 판결을 계기로,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언을 한 번 더 되새길 필요가 있다.

황문환 법무법인(유) 율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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