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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3-13 09:09
[데스크칼럼] 건설업을 하기 어려운 시대
 글쓴이 : 경희대학교
조회 : 4  
 

“건설업 못 해먹겠습니다.” 건설사를 운영하는 CEO나 건설사에 몸담은 직원들이나 요새 만나는 사람마다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이런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는 먼저 공사물량은 줄고 현실과 동떨어진 박한 공사비가 정상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선에 나선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더딘 속도에 업계는 ‘희망고문’으로 느끼고 있다. 게다가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 분양시장도 내리막길이어서 건설업계의 ‘일감절벽’은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건설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속도가 무섭다. 안전과 하도급 관련 규제가 대표적이다. 당근 없는 채찍처럼 처벌 위주의 규제 강화가 부처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외치고 있지만, 건설산업은 샌드박스에서 밀려난 왕따 당한 아이 신세다.

안전과 상생은 건설업을 하는 이라면 최우선으로 챙겨야 하는 명제다. 그러나 정부나 발주기관이 함께 노력하지 않고 기업에만 전가해서는 안 될 일이기도 하다. 하도급대금은 제대로 지급돼야 한다. 동시에 원도급대금도 적정수준으로 산정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적자 수준으로 공사비를 책정한 발주기관은 원ㆍ하도급 상생을 방해한 주범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안전 역시 감독과 점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감독을 철저히 해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근본원인도 들여다봐야 한다. 박한 공사비, 모자란 공사기간이 주어진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기란 쉽지 않다. 건설기업을 감독과 점검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동반자로 봐야 한다. 해법이 무엇인지 경청해야 한다.

건설산업 일선인 건설현장은 더 죽을 맛이다. 부족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만회해야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작업시간은 줄어만 가고 있다. 한창 공사 진도를 뽑아야 하는 성수기로 접어드는 때이지만, 연일 이어지는 미세먼지로 작업시간 단축이 불가피하다. 곧 여름이 오면 폭염이 현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현장의 또 다른 애로는 공사인력이다. 고령화가 심각한데, 이마저도 부족하다. 궁여지책으로 외국인 기능인력을 데려다 공사를 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정부가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합법적으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외국인력 배정을 늘려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런 와중에 노조는 자기네 노조원을 건설현장에 더 투입하라고 실력행사에 나서기 일쑤다. 게다가 건설 일자리는 노가다, 건설산업은 사양산업, 건설공사는 예산낭비나 환경파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건설산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한다. 인프라 수준이나 주택 보급률이 이런 주장의 근거로 쓰인다. 반면, 인프라 노후화나 선진국 사례를 근거로 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실제 산업의 상황이 아니라 산업에 대한 대우와 정책이 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건설산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통제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건전한 육성이 주무부처의 임무다. 지난주 새 국토부 장관이 내정됐다. 국토부에서 오래 몸담은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산업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기대해본다. 다시 헛된 기대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건설경제> 김정석 정경부장 jskim@